옛이야기
퇴계 선조의 명당 차지하기
김태선 기자 · 2026-10-24
옛날 경북 청송 진보현에 한 아전이 살고 있었다. 그는 진성이씨 가문의 선조로, 고을에서 지방 관리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새 사또가 고을에 부임했다. 사또는 풍수지리에 밝았는데, 어느 산자락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조상의 묘를 쓰기에 더없이 좋은 명당이었다.
사또는 아전을 불러 말했다.
“내가 보기에 저 자리는 보통 땅이 아니야. 명당인지 확인해야 하니 달걀을 묻어 두었다가 살펴보도록 하게.”
아전은 사또의 명을 받들어 그 땅에 달걀을 묻었다. 그런데 막상 명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욕심이 생겼다. 저 좋은 자리를 사또에게 내주기보다는 자기 조상의 묘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꾀를 내었다. 멀쩡한 달걀 대신 썩은 달걀을 묻어 두고는 사또에게 돌아와 말했다.
“사또, 그곳은 명당이 아닌 듯합니다. 달걀이 상해 버렸습니다.”
사또는 아전의 말을 믿고 더는 그 땅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사또가 고을을 떠나자 아전은 그 땅에 조상의 묘를 썼다. 이제야말로 좋은 명당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조상의 시신을 정성껏 묻었는데도 시신이 무덤 안에 편안히 누워 있지 못하고 자꾸만 묘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아전은 당황했다. 아무리 다시 묻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제야 자신이 사또를 속였던 일이 떠올랐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당시의 사또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전은 사또를 찾아가 지난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사또,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사또께서 명당이라고 하신 땅을 차지하려고 달걀을 바꿔 묻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곳에 조상의 묘를 썼는데 시신이 자꾸만 묘 밖으로 나옵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사또는 아전의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그래, 그 자리는 소인이 묻힐 자리가 아니야. 대인이 묻혀야 할 자리에 소인이 묻혔으니 시신이 그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지.”
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관복을 내어 주며 말했다.
“내 관복이 아직 입을 만하니 이것을 시신에 입혀 다시 묻도록 하게. 그러면 무덤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네.”
아전은 사또의 말에 크게 감복했다. 자신을 속인 사람에게 벌을 주기는커녕, 자신의 관복까지 내어 주며 해결책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아전은 사또가 일러 준 대로 관복을 시신에 입혀 다시 장례를 치렀다. 그러자 그제야 시신이 무덤 밖으로 나오지 않고 편안히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렇게 명당에 조상의 묘를 쓴 아전의 집안에서는 훗날 대학자 퇴계 이황이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명당의 기운이 후손에게 이어진다는 옛사람들의 믿음을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남을 속여 얻은 이익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교훈과, 잘못을 고백한 사람에게 관용을 베푸는 사또의 너그러움도 함께 전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2009년 1월 23일 청송군 현서면 천천1리 주민 박장호 씨에게 채록되었으며, 2014년 12월 28일 간행된 『증편 한국구비문학대계』 7-20권 「경상북도 청송군」에 수록된 전문화유산이다.